첫날..
우리를 먹여살릴 짐을 책임져야 했기에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짐을 모두 짊어진
녀석들은 웃음을 지으려 하면서도
익숙치 않은 무게에
얼굴에 줄무늬를 머금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로 웃는 녀석들이 가장 많았던 2008년
둘째날..
나와 함게 걸었던 혜미와 민실이네조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보여준 히치..
그날 잃어 버린 핸드폰..
이날 간밤에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으려
떠난 길에선
노루와 생의 길목에서 맞닥뜨려야 했고
우리는 살아남고 노루는 사라져갔다.
셋째날..
한라산
오랜만에 다시 찾은 한라산은
우리를 거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영하지도 않았다.
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안개가 가득해 주어서 고마웠지만
그 안개덕에 10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으니까.
정이형은 하루종일 노루의 환영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나는 홀로 내려와 핸드폰을 찾기위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횟집 아저씨 아직도 생각난다.
해변의 그 카페주인분도 너무 고맙고..
넷째날..
정방과 중문에 마냥 즐겁기만 했던날
그리고 유나와 처음으로 같이 걸어 봤으나
한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차를 잡아 탔던 날..
좀더 걷기를 원했는데
결국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아무할일 없이 노닥거리며
제주의 시간이 흘러가버린 그 날
한 5초간 유나하고 말안하고 서먹했다.
역시 언제나
끝까지 가지 못할 고집은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다섯째날..
우도로 향하던 날 일출봉을 강행해보려는 생각에
충용이와 일석이, 승준이를 많이 힘들게 했다.
가장 더운날 아스팔트는 삽겹살집 불판같았고
우리의 살은 핏빛을 띄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도의 물은 무척 차가웠고
아이들은 화상을 식힐 수 있었다.
..
이날밤의 '신세계'는 아직도 몹시 그립다.
여섯째날
미로공원도 있었고
레포츠에서의 막간 물놀이도 있었지만
나는 촬영하지 못했다.
정이형이 빌려간 사이
몇장 남지 않은 여분의 컷을 정리해야만 했기 때문에
그래서 안타까움에 총화시간의 장면을 많이 남겨 두었다.
일주일 사이에 몰라보게 성장한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뿌듯하고..고맙고..사랑스럽고..존경스럽기도한
젊은이들이 내 곁에 있어 주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날..
돌아오는 길에 현주의 퍼포먼스는 잠에 취한 아이들을
웃음짓게 만들어 줬다.
놀라운건 현주는 그때 왔던 길에서의
기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뒷풀이에 와준
으네..창호형..고은이..기영이..모두들 고맙고
재미있게 또 힘내서 시간을 보내준 모두들이 정말 고맙다.
학생으로는 마지막 제주도 인데
좋은 추억들을 가득가득 채워둘 수 있어서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행복하다.